본문 바로가기

TASTE

[종로맛집] 사람 냄새 물씬나는 24시간 실비집 육미

점점 추워져 가는 지금, 여러가지 안주를 저렴하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혹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누구나 부담없이 술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맛집이 그리워지진 않나요? 오늘은 처음처럼이 사람냄새 물씬나는 실비집, 육미를 추천해드립니다.

육미는 종로통에서 ‘무조건 1개 1천원’ 하는 리어카장사로 10년 모은 재산을 딸딸 털어 테이블 8개짜리 가게부터 시작했다. 그나마 시작한지 1년 만에 재개발지역에 포함되는 악재 속에서 “내가 먼저 주고 나서 받는다.”는 통 큰 마음과 “최후까지 최선을 다 한다”는 일념으로 24시간 문을 열고 그 자리에서 먹고 자며 10년 각고를 치르며 테이블을 4백석으로 늘렸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좌석 수 650개에 하루저녁 소주 3백병을 소화해내는 종로통 제일의 소주집을 일궈냈다.

종로를 대표하는 24시간 운영 실비집, 육미

종로타워에서 공평동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은 예나 지금이나 실비주점들이 빼곡 들어서 언제 가도 큰 부담 없이 간단한 식사와 소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육미는 이 골목에서 상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24시간 실비집다. 50대 후반인 주인 부부가 직접 음식을 만들고 고객을 맞는다. 누구든 허전하지 않게 만족한 마음으로 돌아가도록 한다는 경영원칙을 세워놓고 실천한다. 먼저 베풀고 나중에 받는다는 경영방침인데, 그 어떤 경영전략보다 확실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주인 김진태(58세)씨의 말이다.

주인 부부는 가게를 열며 가장 먼저 챙긴 것이 서비스로 낼 어묵된장국(오뎅)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자리에 앉으면 우선 따끈한 어묵된장국을 한 공기씩 앞에 놓아주고 주문을 받는다. 이 맛이 종로통에서 손꼽히는 진미로 통한다. 그리고 안주를 주문할 때마다 계속 리필 해준다. 무한 리필이다. 두세 명이 가서 소주 1병과 알맞은 안주 한 가지를 주문해놓고 어묵만 먹어도 남는다는 마음으로 항시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이렇게 들어가는 어묵이 재료비만 한 달에 6~7백만 원을 오르내린다고 한다.

종로 대표 통 큰 경영마인드의 비밀

이런 통 큰 경영마인드가 종각사거리에서 ‘무조건 1개 1천원‘ 하는 리어카장사 10년의 내공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김 씨 부부는 육미집을 열기 전, 10년 간 종로통 리어카장사를 했다. 단속반에 걸려들어 종로서 출입을 내 집 드나들 듯 했고, 단속 때마다 골목 안으로 쫓겨 들어가면 골목 안 식당집 주인들 눈치를 보는 것이 단속반 못지않게 힘겨웠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틈새가게를 운영하던 주인이 그러지 말고 이 가게를 맡아 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에 하도 고마워서 리어카와 살림집을 몽땅 정리하고 넘겨받았다. 그런데 그런 고마움도 잠깐,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어서 막차를 태운 것이었다고 한다. 절망에 가까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헐리기 전에 본전이라도 건지자는 마음으로 몽땅 던진다는 각오로 24시간 목숨을 걸고 고객 모으기에 전력투구했다는 것이다. 가게를 시작하면서 가장 자신 있었던 어묵된장국을 무료로 무제한리필을 내걸었다.

손님들은 줄을 섰고 주변에서는 구경꺼리가 됐다. 주변의 말 대로 3개월을 지니고 나니까 더 이상 버틸 수없는 지경에 이르더라고 한다. 그런데 웬 일인지 단돈 1만원으로 2~3명이 안주와 소주 어물된장국으로 끝내고 가던 손님들이 추가 안주 주문을 하며 그 수가 늘어가고 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다시 용기를 얻은 김 씨는 계속 신선한 안주를 늘려갔다. 새벽부터 경동시장과 가락시장 남대문시장을 오가며 신선한 제철 야채와 해산물을 중심으로 소량씩 싸들고 와 1차 요리 형태의 신선한 안주를 저렴한 가격으로 입구에 펼쳐놓았다고 한다.

“견물생심” 이렇게 늘어난 안주가 지금은 50가지. 그 중 하루에 40가지 이상를 선보이면서 주방에 줄지어 선 5명의 찬모가 저마다 전공메뉴를 펼쳐내는데, 저녁시간을 숨 돌릴 겨를이 없다. 1백석이 넘는 홀과 20~50명 단체예약이 가능한 5개의 예약실이 새벽까지 차고 넘친다. 안주류가 4천 원대부터 1만원~2만5천원까지 가격이 다양하고 가짓수만큼이나 음식 맛도 누구든 인정할 만큼 신선한 소재와 조리과정이 확실하다. 주방의 찬모들이 하나같이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급이다.

점심은 점심대로 오뎅 백반과 회덮밥 굴비구이백반 꽁치구이백반 등으로 2~3시까지 줄을 선다. 살다가 힘이 지치면 큰 돈 들이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찾아와 7전8기의 인생역경을 딛고 일어선 자신을 안주 삼아 마음에 위안을 얻고 가라고 이야기 하는 김 씨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육미
  • 주소 종로구 인사동 255
  • 전화 02-738-0122
  • 주요메뉴
    • 안주류 4천원 대 부터 2만 5천원까지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