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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맛집 No.110] 종로통 최고의 선술집, 을지로에 다시 문을 열다! <육미>

육미

 

선술집 <육미>종로타워 옆 술집골목에서 첫 번째로 손꼽히던 소주집이다.

포장마차용 간이테이블 6개로 출발해 20년 만에 650석 규모로 키워내며 하루 저녁에 소주 500병 이상을 비워내곤 했다. 이런 위세가 2012년 뜻하지 않은 연쇄방화범에 의해 잿더미로 변하는 참변을 당했다가, 2년 여간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4월초 재기의 간판을 내걸었다.



육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에서 다동으로 들어가는 우측 모서리에 있는 국제빌딩 지하1층에 250석, 작지 않은 규모의 <육미>종로통에서 을지로로 위치만 옮겨 앉았을 뿐, 주방의 찬모들과 홀 서빙 직원까지 바뀐 것이 없다. 60대로 접어든 주인 김씨는 옛 자리에 다시 건물이 서면 지금 가게는 <육미> 을지로점이 될 것이라고 호언한다. 

김씨는 “불난 집은 불처럼 일어난다”는 우리 옛말 그대로 전화위복의 큰 꿈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에 믿음이 가는 이유도 있다. 거의 맨손으로 시작해 종로통 최고의 경지를 일궈냈던 경영철학이다. 김씨 부부는 “내 손에 가진 것이 없을수록 먼저 베풀어야 하고,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손님일수록 더 친절하고 넉넉하게 대접해야 성공한다”는 것을 몸에 배도록 체험했다.



어묵탕국

 

언제 어디서든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6가지 어묵이 들어간 맑은 ‘어묵탕국’을 한 공기 들고 와 앞에 놓아주고 주문을 받는데, 값을 계산하지 않는 것은 물론 술병을 다 비울 때까지 리필 된다.

이런 경영방침은 IMF로 모두가 어렵던 시절, 두 명이 와서 5천원 하는 안주 하나를 주문해놓고 ‘어묵탕국’만 계속 리필 받아 저녁까지 든든하게 해결하고 가는 젊은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해서 이렇게 내는 어묵 재료비가 월 5백만을 넘어서며 심각한 고민에 빠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면서 리필 어묵으로 술자리를 이어오던 옛 고객들이 실력 있는 중견사원이 되어 적극적인 원군으로 돌아와 종로통 제일의 선술집을 일궈내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김씨 부부는 이 일을 계기로 고객들의 든든한 신뢰와 성원을 평생 마음에 새겨 생의 지표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퍼주고도 성장할 수 있었던 본인들의 노력도 대단하다. 24시간 영업을 하면서도 새벽시장을 부지런히 오가며 제철에 나는 신선한 식자재들을 1~2차 손질만 해 단순하게 조리해 내며 1석3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그래야만 음식이 바로 바로 나오고, 손님들 입맛을 살리고, 인건비와 조리비용은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침

 

실제로 이렇게 이어지는 계절메뉴가 회와 무침, 데침, 소금구이 등 20~30가지를 헤아리는데 언제 가도 저렴하면서 실속 있고 마음 편한 소주집으로 입 소문이 입 소문을 낳으며 종로통에서 소주를 가장 많이 파는 집이란 타이틀을 지켜냈다.



안주

 

담백하고 구수한 어묵꼬치를 기본으로 매일 현지에서 직송해오는 잡어 회 무침다양한 꼬치구이, 싱싱한 조개탕낙지볶음 등 실속 있고 신선한 안주들이 여전히 부담 없고 편안하다. 점심에 스페셜로 내는 회덮밥, 해물 섞어찌개, 고등어구이도 모두 6천원으로 균일해 점심은 점심대로 자리가 가득 메워진다. 



저렴한 가격에 실속 있는 안주로 20년 넘게 꾸준히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선술집 <육미>!

부드러운 ‘처음처럼’과 함께 매일, 매일 신선한 재료들로 선사하는 인심 넘치는 안주의 절정을 직접 맛보시길 바란다. (편집자 주)



육미








김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