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더위가 한풀 꺾였나 싶었다가도 곧 이어 기승을 부리는 늦더위로 지치기 일쑤지요. 이럴 때일수록 영양 보충을 더욱 확실하게 챙겨야 하는 법!
도가니탕은 더위를 이열치열의 법칙으로 다스리기에도 알맞을 뿐 아니라, 영양분으로 가득해 강장제로서도 훌륭하다고 하네요. 오늘은 60년동안 도가니 한 가지만으로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어 단골이 끊이지 않는다는 대성집으로 가볼까요?
도가니탕은 소의 무르팍 연골과 발목의 힘줄(아킬레스건)을 따로 떼어내 푹 고아놓은 탕국이다. 국물 없이 도가니 살만 따로 담아내는 도가니수육은 한식집의 고유한 일품안주로 손꼽힌다. 이런 도가니 살은 소의 네 무르팍과 종아리근육 끝부분에 두 가닥씩 붙어 있어, 소 한 마리를 잡으면 여덟 부위에서 4~5인분 정도 나온다. 희귀한 만큼 영양가와 효능이 뛰어난 진미다.
겉보기에는 뭉글뭉글한 점액질로 구성된 부산물에 불과하지만, 단백질을 비롯한 칼슘과 인 유황 철 등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남자들의 강장식품으로 인기를 누려왔고 임금님 수라에도 올랐다고 전해진다.
현대식품학자들도 이런 약리작용을 인정해주고 있다. 점액성분의 단백질은 세포조직의 합성과 윤활작용을 돕고, 호르몬의 생성 등 그 효능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년여성들의 골다공증예방에 뛰어난 효능을 지녔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한식전문점들이 고급 안주메뉴에 올려놓고 있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는 있다. 말 그대로 식약(食藥)을 겸한 진미라 할 수 있겠다.
독립문이 바라보이는 교북동 주택가의 '대성집'은 창업주의 손맛을 물려받은 여주인이 30년을 이어오며 2대째 대물림하고 있다. 한 장소에서 창업주가 20년, 물려받은 자신의 대에서 30년. 도가니 한 가지로만 반세기를 넘도록 맛과 음식이 한결같은 집으로 손꼽히고 있다.
내력만 오랜 것이 아니다. 도가니는 희귀하면서 손질이 까다롭다. 덜 삶거나 지나치게 삶으면 전혀 먹을 가치가 없는 부산물에 불과하다. 신선한 도가니를 다량으로 들여다 다듬고 씻어내는 과정에 손이 많이 가고, 삶아내 그릇에 담아낼 때까지 계속 지켜 서서 꼭 알맞은 상태를 찾아내는 것이 가치를 인정받게 해준다.
대성집은 많은 양의 도가니를 큼직한 가마솥에 넣고 한꺼번에 푹 삶아 도가니만 따로 건져낸 뒤, 국물은 다시 무와 파 마늘 등을 넣고 한 번 더 끓이며 굳기름을 말끔히 걷어낸다. 큰 솥에서 우러난 진국이 입술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진하고 전혀 냄새가 없이 달짝지근하게 감칠맛이 난다. 대성집 도가니탕이 유명한 것은 이 때문이다.
육수가 준비되면 아침 8시부터 도가니선지해장국을 시작으로 도가니탕과 수육으로 내는데, 국솥에 20~30인씩 옮겨 담고 은은한 불로 계속 끓이며 주인이 직접 그릇에 떠낸다. 도가니를 부위별로 고르게 섞어 꼭 알맞은 양을 담아내야 하는데 저울에 단 것처럼 정확하다. 다른 부위가 섞여 들어가지 않고 순 도가니만 삶은 특유의 부드러운 진국의 감치는 뒷맛이 다른 탕국과 비교할 수가 없다.
오랜 단골손님들은 이곳에서 도가니탕을 한 그릇 하고 전철역으로 가면 계단을 내려가는 무릎이 한결 부드럽다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대성집 정보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교북동 87
- 전화번호 02-735-4259
- 주요 메뉴
- 도가니탕 - 9,000원
- 수육 - 20,000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