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시원하지만 아직 여름의 열기가 남아있는 8월 말이에요. '많이 안 덥네?'하다가도 조금만 몸을 움직이면 땀이 흐르는데요. 이 여름의 끝을 잡고 있는 더위를 '이열치열'로 몰아내 볼까요? 얼큰한 안동장터국밥 한 그릇으로 땀을 흘리고 나면 왠만한 더위는 저 멀리~
오늘은 서울 한 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예스러운 풍경과 안동장터국밥으로 유명한 종로 시골집을 소개해 드릴게요 :-)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다. 모자라면 그만큼 채워주어야 하고 지나치게 넘치면 덜어내 주어야 편안 해진다“ 땀을 많이 흘리면 땀뿐 아니라 피부를 감싸고 부드럽게 펴주는 윤활재도 함께 씻겨 나와 피부가 거칠어진다. 이런 현상을 제 때 보완해 주어야 여름철 강한 햇빛에 노출된 피부를 근본적으로 보호해줄 수 있다.
뜨겁게 먹는 것도 이유가 분명하다. 내 몸이 바깥열기를 차단해주기 위해 꼭꼭 걸어 잠근 상태에 있으면 몸 안에 폐열과 폐가스가 그만큼 갇혀있게 마련이다. 이것을 속에서부터 열어주어 배출해 내면서 신선한 생기로 채워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먹는 동안 온몸에 땀이 흥건하게 내배고 다 먹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이 이치를 이열치열이라 부른다.
여름에 뜨거운 음식으로 줄을 세우는 곳으로 안동장터국밥으로 이름난 종로2가 시골집을 들러보았다.
서울 한복판 종로2가 대로변은 귀금속과 패션전문점들을 주축을 이루는 전형적인 서울도심의 번화가다. 그런데 상가 뒤편으로 들어서면 상상 밖으로 옛 그대로인 이색 진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인사동이면서 통상적으로는 종로 YMCA 뒷골목으로 통한다. YMCA건물 옆으로 난 골목길을 직선으로 30m쯤 들어가면 10여 채의 옛 한옥들이 추녀 끝이 머리에 닿을 듯 나란히 이어지고 있다. 외모는 작고 컴컴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뼈대만큼은 반듯한 옛 육의전 뒷골목의 이름 있던 옛 객줏집들의 체모다. 1백년 가까운 세월동안 기본을 흩트리지 않고 견디어오고 있는 것이다.
시골집은 그중 ㄱ자' 또는 ㄷ자'로 맞물려 있는 기와집 서너 채를 사들여 담을 헐어내고 추녀 밑으로 열린 통로를 따라 이집 저집을 연결해 30개가 넘는 방을 하나로 묶어 쓰고 있다. 4~5명이 둘러앉으면 꽉 차는 새장 같은 객실들이 툇마루를 따라 한 줄로 이어진다.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는 나지막한 쪽문과 좁은 쪽마루 앞 토방마다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인 모습이 영락없는 옛 객주집 풍속도를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여름철이면 방마다 문을 열어놓아 이방 저 방이 훤히 트이고, 마루에 앉은 손님들까지 어우러지고 나면 손님들의 의상만 바꿔놓은 옛 종로통 객주집의 풍광을 그대로 실감하게 한다. 서울 한 복판에 이런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선 중 노년층 고객들은 내심 탄성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이 지긋한 토박이 서울사람들이나 시골에서 큰 대문을 여닫고 다니던 사람들은 대문을 여는 삐걱 소리에 불현듯 고향의 옛 향수가 뭉클하게 살아나 감회에 젓는다고 한다.
대문을 들어서 안마당으로 내려서면 큼직한 솥에서 뻘건 고추기름장이 가득 덮인 선짓국이 설설 끓고 있고, 뚝배기를 쌓아놓고 한 그릇씩 담아내는 국밥이 마치 장터골목의 국밥집과도 닮아 이래저래 향수를 담아내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푹 우러난 뼛국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있는 대파와 통무 쇠고기 사태살 등이 씹을 것이 없을 정도로 입에 녹아들고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밥의 깊은 맛이 한식의 진미를 가감 없이 살려낸다.
종로 시골집 정보
- 주소 종로구 인사동 230(종로 YMCA 옆)
- 전화 02-734-0525 주차(유료)가능
- 메뉴 장터국밥 7천원, 석쇠불고기 1만5천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