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봄은 유별나게 ‘도다리쑥국’ 이야기가 풍성했다. 2월 한 달은 하루가 멀다 하고 TV와 일간지등에 ‘도다리쑥국’ 기사가 실렸고 도다리도 많이 잡혔다. 하지만, 정작 ‘도다리쑥국’의 제 맛이 나는 시기는 3월 초순부터 4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이 때가 ‘도다리쑥국’의 주재료인 도다리의 알이 제대로 들어차고, 제철에 나서 쑥쑥 자란 연하고 맛있는 자연산 쑥이 풍성하게 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도다리쑥국’과 함께 곁들일 상큼한 ‘달래무침’을 비롯해 ‘벚굴’과 ‘새조개’가 1년 중 가장 제 맛이 나는 시기인 것을 보면 더할 여지가 없다.
‘도다리쑥국’은 경남 남해를 중심으로 통영과 여수로 이어지는 남해바다 사람들이 이맘때 계절음식으로 즐겨 먹었던 생선국인데, 그 진미를 서울 마포에 있는 <남해바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50대 후반인 주인 부부가 여수사람들이고, 여수 수산시장에서 국거리로 알맞은 ‘도다리’와 ‘새조개’를 싣고 출발한 물차가 하동포구에 들러 ‘벚굴’을 받아 얹고 달려와 점심시간 전에 내려놓는다.
모든 것이 싱싱할 수밖에 없다. 주인 부부는 이렇게 4계절로 이어지는 고향바다의 제철 자연산 어패류를 골라다 진미를 선보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메뉴와 조리법이 단순하고, 고객들은 이미 단골이 된지 오랜 마포대로와 여의도의 전문직 직장인들이 주를 이룬다.
봄철 메뉴로는 단연 ‘도다리쑥국’이 첫 머리에 올라 있고, 쑥국을 먹기 전에 반주와 함께 곁들여야 할 안주 또한 기가 막히다. 다름 아닌 ‘벚굴’과 ‘새조개 회무침’이다.
‘벚굴’은 하동포구에 벚꽃이 피어날 때 제철을 맞는다고 해서 ‘벚굴’인데 몸길이가 20센티 남짓한 대형 굴이 손바닥처럼 두터운 나이테를 켜켜이 지닌 채 흰 돌덩이처럼 상에 오른다. 즉석에서 뚜껑을 열고 접시에 올려놓으면 그 신선하고 싱그러운 생기가 소주 맛을 여한 없이 살려낸다. 여기에 상큼하게 무쳐낸 ‘새조개 회무침’까지 보태지면 천상의 경지가 따로 없다.
이렇게 소주 한 두 잔이 오가고 나면 봄 향기 그윽한 ‘도다리쑥국’이 달래무침과 같은 반찬을 곁들여 상에 오른다. 하얀 속살과 뱃속에 가득한 알을 국물에 풀어가며 파랗고 향긋한 쑥과 함께 떠먹으면 그 고상하고 깊은 맛이 가히 남해바다 봄의 진미를 확연하게 대변해준다.
‘도다리쑥국’은 맑은 물에 도다리 한 마리를 다듬어 토막을 내듯 칼집을 내 앉히고, 된장을 풀고 기본양념만을 해 푹 끓여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 후 칼집 낸 토막이 저절로 분리될 정도가 되면 쑥을 한줌 얹어 마무리한다. 전혀 기름지지 않으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국물이 은은한 쑥 향과 더불어 깊은 배합을 이뤄낸다.
한식의 생선국에는 강원도 북단 고성과 간성지방의 ‘맑은 생태무국’과 강릉의 ‘우럭미역국’, 동해남부해안의 ‘물곰국’과 ‘복국’, 남해안의 ‘도다리쑥국’, 제주도의 ‘갈치국’과 ‘옥돔미역국’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하나같이 그 유래가 깊고 그윽한 풍미와 진한 맛으로 산모의 산후조리식으로까지 그 내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계절에 맞춰 그 생선국의 진미들을 하나하나 찾아 즐겨볼 만하다.
남해바다 ‘도다리쑥국’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맛 집, <남해바다>!
부드러운 ’처음처럼’과 함께 봄 바다 제철 안주인 싱싱한 ‘벚굴’, ‘새조개 회무침’, ‘도다리쑥국’으로 입, 한 가득 퍼지는 봄 바다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길 바란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