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은 1939년 종로에서 창업. 3대 74년 내력을 기록하고 있다. 워낙 오랜 내력을 지니고 있어 서울에서 성장한 서울 사람들에게 친근감 있게 기억되는 한식집이다. 창업주인 신우경(1978년 작고) 할머니는 일제 때 문을 열어 광복과 6·25전쟁을 다 겪으면서 50년을 이어온 것을 잠시 딸 길순정(작고) 씨가 대물림했다가, 80년대부터 외손녀인 김은숙(51) 씨와 이숙(48) 씨 자매가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신씨 할머니는 일찍부터 ‘한국의 제일’이라는 한일관 간판을 내걸고 초창기부터 남다른 경영방침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온갖 격동기를 다 거치면서도 서울을 대표하는 한식집의 명성만큼은 꾸준하게 지켜냈다.
부산 피난시절에도 서울 한일관의 명성은 여전했고, 서울수복과 함께 환도한 후에는 종로본점과 광교사거리 명동 등, 세 곳 한일관을 운영하며 어렵던 시절에 오히려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종각사거리에 대형 건물을 지으면서 광교와 명동점을 접고 종로 본점만 운영해오다가 2009년 봄 도시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이전했다.
강남 시대를 맞은 한일관은 종로 본점을 능가하는 완벽한 규모의 초대건물과 더불어 강남권에 이주해 살고 있는 옛 사대문 안 서울 사람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아 옛 명성 그대로 크게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행히도 2013년 봄, 을지로 입구의 재개발사업이 완성되면서 명동과 옛 광교 시대를 잇는 지점에 을지로점을 열면서 사대문 안 옛 고객들과 도심 직장인들의 점심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강남의 경우는 백발이 성성한 중·노년 고객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을지로점은 젊은 직장인들의 간단한 점심 식사와 회식 자리로 신뢰를 다지고 있다.
음식도 육수 불고기와 갈비탕, 육개장과 만둣국, 비빔밥 한일관 냉면 등 먹기 편하고 낯익은 음식들을 정갈하게 갖춰내 오랜 내력이 다져진 손맛과 자존심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더욱이 주메뉴인 만둣국과 갈비탕, 육개장 등 따듯한 음식은 놋그릇에 담아 뜨겁게 달궈진 열판에 올려내는데, 다 먹도록 국물이 식지 않아 끝까지 꼭 같은 맛이 이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뜨거운 국물에서 내배는 열기가 온몸을 훈훈하게 배어들어 업무에서 쌓인 피로가 자연스럽게 풀리는 효과가 음식 맛 못지않다.
특히 한일관 불고기로 불리는 육수 불고기는 1940년대 초, 창업주 신우경 할머니가 직접 창안해 장안의 별미로 통했던 것으로 한일관이 그 효시로 기록되고 있다. 기름을 알맞게 걷어낸 한우 쇠고기를 결대로 얇게 썰어, 설탕과 참기름, 마늘, 생강, 양파, 무, 사과, 배 등 채소와 과일을 갈아 넣은 간장소스에 재워, 동판에 육수를 부어가며 굽는다.
오랜 고객들일수록 동판 테두리에 냉면 사리를 얹어 먹거나 국물을 떠내 밥에 얹어 먹으며 깔끔하고 달착지근한 뒷맛이 평생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고 칭찬한다. 양이 넉넉한 편이고 자글자글 끓는 부드러운 국물을 계속 보충할 수 있어 직장인들의 회식 메뉴로도 나무랄 데가 없다.
늦은 점심과 주말은 여전히 40~50년 단골을 자랑하는 중·노년층의 점심모임이 많고 한일관 강남본점과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고객들의 하나같은 평가가 그래도 오랜 내력만큼이나 음식이 믿고 먹을 만하다는 것이다. 초대형 현대식 건물인 만큼 모든 편의시설이 완벽하다는 것도 모든 것이 크게 불편이 없다는 데 한몫을 해주고 있다.
- 메뉴 : 식사 메뉴 8천~1만 원, 전통불고기(1인분) 2만 5천 원
- 주소 : 중구 수하동 66(페럼타워B1/을지로입구역 3번 출구)
- 전화 : 02-1577-9963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