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골목골목에 숨겨진 매력을 찾아 떠나보는 <서울 골목여행>. 그 열다섯 번째 장소는 서울의 수많은 미식로드 중 최근에 훅훅 뜨고 있는 곳! 바로 이태원의 ‘장진우거리’입니다. 이름을 내 건 간판 하나 없지만 맛집 탐험가라면 꼭 한 번은 거친다는 이곳을 함께 걸어볼까요?
이태원에서 연인들의 이색 데이트 코스, 서울 나들이의 빼놓을 수 없는 핫스팟을 꼽자면 경리단길을 주로 떠올리실 텐데요. 오늘 ‘처음처럼’과 함께 걸어볼 곳은 경리단길에서 한 블록쯤 위에 있는 ‘회나무길’입니다.
이 길에는 일명 ‘장진우거리’라는 별명이 붙어있는데요. 포토그래퍼,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업가까지 다양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장진우 셰프가 이 거리에만 20여 개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알음알음 생겨난 별명입니다.
거리에 들어서자, 마치 마법에 걸려있는 듯한 가게를 발견했어요. 홀린 듯 가게에 들어가니 가게 안은 더욱 오색찬란!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골동품같이 손때가 묻은 장난감부터 7,80년대의 미국 장난감, 드림캐처와 형형색색의 머리띠까지 가득해요. 아마 ‘키덜트족’이라면 여기 안에서만 반나절도 보낼 수 있을 듯했답니다. >.<
초입부터 심상치 않은 가게를 구경하고 나니, 이 거리에 대해 더욱 흥미가 높아졌어요. 심지어 걸음을 옮기는 내내 보이는 건물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게 생긴 데다, 간판까지 심심한 것이 없을 정도여서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답니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집도 뭔가 범상치 않게 보이는 플라시보 효과?
얼마 걷지 않아 나무 간판과 처마가 투박하게 드리워진 ‘문오리’라는 식당이 나왔어요. 이름을 보고 무슨 식당일까 고민하는 것이 민망하게 이곳은 말 그대로 문어와 오리 요리 전문점이랍니다. 장진우 셰프가 제주도의 한 향토음식점의 맛에 반해 발이 닳도록 찾아가서 맛을 옮겨왔다고 해요. 바다를 건너지 않고 서울 한복판에서 제주도의 맛을 느낄 수 있죠.
지붕 위에 화로가 총총 얹어진 이곳은 ‘마쵸스헡’이라는 고깃집인데요. 제대로 된 캠핑 컨셉을 갖춘 곳이라는 평이 자자합니다. 식기와 인테리어, 가게 바닥에 깔린 자갈까지 휴가를 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고 해요. 루프탑 자리도 있으며, 반려동물을 데리고 식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죠.
“내 인생에 두 번의 대형 사고가 있었다. 하나는 전차사고이며, 다른 하나는”
간판이 커다랗게 스토리를 전하고 있는 카페 겸 바, ‘칼로 앤 디에고’. 멕시코 화가인 ‘프리다 칼로’와 그녀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살던 집인 블루하우스에서 영감을 얻어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를 구성했다고 해요. 가게 이름도 부부의 이름으로 지었는데요. 간판의 문구는 프리다 칼로의 말인데, ‘다른 하나는’ 옆으로 ‘디에고’라고 붙여놓은 것을 보니 또 다른 대형 사고가 어떤 것일지 알 것 같죠? ^^
얼마 지나지 않아, ‘장진우 식당’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간판이 없지만, 가게 자체가 간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목욕탕 옆으로 식당이 나란히 있고, 가게에는 각각의 이름이 붙어있는데요. 목욕탕 바로 옆의 베이지색 식당이 ‘마틸다’, 빈티지하게 파란 칠을 한 곳이 ‘그랑블루’입니다.
너무나 유명해져서 사전 예약이 필수인 곳이지만, 한번 맛보면 누구나 다음 예약을 기다리게 하는 요리들과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실내 인테리어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곳이니 꼭 한번 들러보세요.
맛집들에서 ‘밥배’를 채웠다면, 이제 ‘디저트배’를 채울 차례!
베이커리 가게 ‘프랭크’에는 사람들이 가득 있었어요. 레인보우 케이크와 젖소 롤케이크가 아주 유명해 하루 두 번, 이 케이크가 나오는 시간에는 길게 줄을 선다고 합니다. 내부 역시 드라이플라워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두어 여심을 저격하는 곳! >.<
미식로드인 만큼 먹거리도 가득하지만, 볼거리나 즐길 거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요. 향수 공방과 갤러리, 레코드 가게 등 이곳, ‘장진우 거리’에서만 볼 수 있는 가게들도 참 많이 있습니다. 웃음이 절로 나는 귀여운 벽화들은 덤!
‘장진우 거리’에서의 즐거운 골목여행을 마치고, ‘처음처럼’을 즐기러 살짝 아래 골목으로 이동했습니다. 이태원에는 맛집이 너무나 많아 고르기 어려웠지만, 경리단길의 <아자쓰>로 결정!
싱그럽고 아삭한 피망에 풍성한 육즙의 돼지고기 경단, 향이 가득한 파채를 듬뿍 올려 먹는 ‘츠쿠네 피망’과 함께 부드러운 ‘처음처럼’ 한 잔! 오늘 하루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기분이었답니다. ‘장진우 거리’ 후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안주를 삼으니 ‘처음처럼’이 금세 빠이빠이~
오늘 소개해 드린 <서울 골목여행 – 장진우거리>, 어떠셨나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특유의 감각으로 한 골목을 자신의 이름으로 채운 장진우거리! 걷는 1분 1초마다 인증샷을 찍고 싶을 만큼 예쁜 길과 가게가 펼쳐진답니다. 갑자기 찾아온 따뜻한 날씨가 반가운 날엔 아기자기한 이 거리에서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워보세요. 더 특별한 주말 나들이가 되어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