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골목골목에 숨겨진 매력을 찾아 떠나보는 <서울 골목여행>. 그 열 번째 장소는 ‘염리동 소금길’입니다. 재개발이 조금씩 미뤄지며 점점 생기를 잃어가던 마을에 예술을 얹어 놓은 ‘염리동 소금길’… 가을 하늘 아래, 함께 걸어볼까요?
지하철 2호선 이대역 5번 출구, 활기찬 신촌 풍경과는 사뭇 다른 차분한 이곳이 바로 ‘염리동 소금길’인데요. ‘소금나루’ 라고 하는 마을공동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24시간 초소 기능과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소금길 걷기 전, 소금나루에 잠시 들려 담당자의 간단한 설명도 듣고 지도도 받아 볼 수 있어요.
이곳에 소금 창고가 들어서고 소금 장수들이 거주하면서 염리동으로 불리었다고 합니다. 이후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주택 개보수, 가로등 정비 등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낙후되었고, 음침하고 으슥한 마을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하지만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점점 밝은 옷이 입혀졌는데요.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마을로 돌아왔답니다.
‘염리동 소금길’은 올레길처럼 노란 소금길 표지판과 길 위에 새겨진 노란 점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구석구석 빠짐없이 돌아볼 수 있어요. 구간마다 번호로 안내되니 노란 전봇대만 찾아주세요.
이 길을 걷다 보면 골목을 밝히는 아기자기한 벽화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낡은 벽에 그려진 벽화는 ‘염리동 소금길’을 더 활기차게 만들어 준답니다.
길을 걷다 만난 천진난만한 미소의 아이들이, 수준급 벽화가 마을을 살려 놓은 것 같죠? 이렇게 걸음을 멈추게 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염리동 소금길’을 더 화사하게, 더 즐겁게 만드는 것은 벽화뿐만이 아닙니다. 회색 일색의 낡은 동네에 가을꽃이 피어나며 희망찬 새 길을 밝히고 있죠.
어린 시절 운동장에 돌이나 나뭇가지로 숫자를 그려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았던 추억 있으세요? 이곳에서는 옛 추억도 되살아난답니다. 이 작은 골목에서도 아이들이 뛰어 놀았을 생각을 하니 왠지 정겨웠어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한 번씩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염리동 소금길’ 주변에도 젊은 기운이 느껴지는 핫플레이스들이 있는데요. 향 좋고 분위기 좋은 카페, 알뜰하고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이색 밥집, 책과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독서 주점도 있죠. 골목을 찾는 젊은이들에겐 의외의 반가움을 선사하는 곳들이에요.
구름 없는 가을 날씨에 골목을 돌아 나오면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기 마련인데요. 이럴 땐 잠시 쉬어갈 유명한 맛집도 빠질 수 없죠. ‘처음처럼’을 주고받기 좋은 ‘을밀대’는 전통적인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곳이랍니다.
주문 즉시 면을 뽑아 만들어준다는 물냉면과 고소한 녹두전을 주문했는데요. 물냉면으로 허기진 배를 맛있게 채우고 녹두전과 함께 ‘처음처럼’을 한잔 두잔 넘기다 보니 피로가 사라졌어요. 자극적이지 않은 삼삼한 평양식 물냉면 그리고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가 씹는 맛이 일품인 녹두전, ‘염리동 소금길’처럼 과장된 멋 없이 소박한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처럼’으로 낮술 한잔을 즐기며 골목길 여행을 마무리하기 딱 좋은 곳이었어요.
오늘 소개해 드린 <서울 골목여행 – 염리동 소금길>, 어떠셨나요?
낯설지만 투박한 멋이 있는 골목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다정한 우리 동네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요. 화려하고 빽빽이 무언가 들어선 도심과는 달리 벽을 알록달록 채운 벽화부터 빈자리가 남긴 의미도 돌아볼 수 있었던 골목여행이었답니다.
이번 주말, 선선한 가을바람 따라 은은한 ‘비움’의 미학이 있는 ‘염리동 소금길’로 한번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