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 영일만은 회를 물에 말아먹는 ‘물회’의 본고장으로 이름나 있다. 영일만의 중심 어항인 <구룡포>를 간판에 내걸고 ‘영일만 물회’를 재현하고 있는 횟집주인의 꿈이 10년차로 접어들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곳은 ‘물회’는 물론, ‘물곰탕’, ‘막회’, ‘백고둥구이’, ‘과메기’ 등 영일만의 진품들을 현지와 꼭 같은 수준으로 재현해 내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들로 자리가 늘 가득 차고 넘친다.
‘물회’, ‘회덮밥’, ‘막회’로 내는 생선은 영일만에서 나는 자연산 계절생선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어서 현지에서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보내오지 않으면 제 맛을 내기 어려운데다, 소비가 꾸준히 뒷받침되지 않아도 불가능한 일이다. 구룡포가 고향인 주인은 수산업을 하는 가족들이 아침 일찍 싱싱한 횟감을 골라 포를 떠서 면포에 꼭꼭 싼 뒤 얼음에 재워 보내오면 이것을 받아 ‘1일 판매’를 원칙으로 내는데, 수송 도중에 알맞게 숙성된 회가 저녁시간까지 제 맛을 이어주고 있다고 한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물회’를 내는데, 참가자미를 곱게 썰어 한 줌 얹고 채를 친 배, 무, 오이로 장식한 뒤 초고추장을 풀고 얼음을 얹어 준다. 골고루 섞어 비비는 동안 물기가 알맞게 형성되면서 ‘물회’ 고유의 맛이 배어나는 게 일품이며, 여기에다 얼음이 녹으면서 생긴 매콤한 국물에 맞춰 냉수를 살짝 붓고 국수사리나 따끈한 밥을 말면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감칠맛이 그대로 진미가 된다. 규모는 작지만 서울 강남에서 이런 구룡포 물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는 입소문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절이 겨울철로 접어드는 요즘, <구룡포>의 단연 인기 메뉴는 ‘과메기’. 주인 ‘황보 경희’씨의 ‘구룡포 과메기’ 예찬을 들어보면, 더하고 뺄 것이 없다. ‘구룡포 과메기’는 우리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꽁치를 구룡포 바닷물에 깨끗이 씻은 뒤 햇빛과 찬 바닷바람에 꼭 알맞게 말려 아무 것도 가미하지 않은 말 그대로 자연의 진미라고 말한다. 바닷물과 햇빛, 바람만을 이용한 순수한 자연의 맛이고, 구룡포 사람들은 먹을 때도 양념 없이 있는 그대로 꼭꼭 씹어 먹는다는 것이다.
서울 <구룡포>의 상차림은 주인의 배려가 다분히 깃들어있다. 고객들의 취향을 감안한 것이라는데, 영일만 일대 노지에서 재배한 배추쌈과 들깻잎, 다시마, 묵은 백김치 등을 초고추장과 함께 곁들여 모양새를 갖추었다. 곱게 썬 과메기를 하나씩 올려놓고 순서대로 한 쌈씩 싸서 꼭꼭 씹는 맛이 어느 것이든 더도 덜도 없는 ‘구룡포 과메기’의 진미가 확실하다.
또 한 가지, 겨울철 이맘때 가면 꼭 챙겨야 할 것으로 ‘백고둥구이’를 빼놓을 수 없다. 먼 바다에 나가 배에서 건져 올린다고 해서 ‘뱃고동’ 이라고도 부르는 영일만 앞바다의 귀물 중의 귀물이다. 계란 알처럼 하얀 껍질 속에 들어있는 고동의 쫄깃한 속살과 내장이 한 줄로 따라 나오는데, 초고추장을 살짝 얹어 먹으면 달콤하면서 고상하게 감치는 묘한 맛이 초겨울 해물 안주로 따를 것이 없다.
이래저래 ‘처음처럼’ 소주잔이 몇 차례를 오가게 되고, 부드럽게 취기가 오르면서 오감이 행복해질 즈음 끝마무리도 여한이 없다. 맑고 개운한 ‘물곰탕’, 일명 ‘곰칫국’이 모든 것을 하나로 감싸주며 온 몸을 편안하게 풀어주기 때문이다.
영일만 앞바다의 싱싱한 자연의 맛을 가득 담은 최고의 해물 안주가 가득한 <구룡포>! 아무 것도 가미하지 않은 자연의 진미 ‘과메기’와 바다향을 가득 품은 쫄깃 담백한 ‘백고둥구이’, 온 몸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시원 칼칼한 ‘곰칫국’ 등 그 진미를 맛보고 싶다면, <구룡포>에서 부드러운 ‘처음처럼’과 함께 겨울바다 내음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