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탕 문화의 근간이 되는 설렁탕은 소의 사골과 잡뼈 양지와 사태살, 내포와 곱창 머리 고기 등, 소 한 마리가 다 들어간다. 그런데 이 중에서 맛있는 부위 한두 가지를 따로 구별해 넣고 사골 설렁탕 또는 양지 설렁탕으로 차별화해 내는 곳이 있다. 두 가지 다 기본은 사골을 곤 진국에 양지를 삶아내 맛을 돋운 맑고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어 도심지나 반촌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다.
군포식당은 양지 설렁탕 한 가지로 50년 넘는 내력을 지니고 있다. 1959년 군포역 앞에서 문을 열어 20년쯤 기반을 다진 후, 지금 장소에 건물을 짓고 옮겨 앉았는데, 처음 문을 연 김정숙(83) 할머니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10여 년 전부터 딸 이숙영(51) 씨가 대물림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 양지 설렁탕은 한우 사골을 하룻밤 푹 삶아 기본 국물을 만든 다음, 양지를 삶아내 맛을 돋운다. 사골과 양지 삶은 국물이 혼합된 맑은 탕국인데, 이렇게 끓인 탕은 양지 외에 들어가는 것이 없다고 하여 할머니는 양지 설렁탕이라 부른다. 맑게 가라앉힌 국물이 진하면서도 담백하고 입에 감치는 뒷맛이 깔끔하다.
굳이 양지 설렁탕이라 부르는 이유도 자상하게 들려준다. 양지 외에 다른 것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 말고도, 그냥 설렁탕이라고 하면 저가의 대중음식이라는 선입견에 묶여 특별히 공을 들인 명분이 서지 않고, 가격도 해장국이나 일반 설렁탕 등과 차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양지 수육을 넉넉하게 얹어내 고소한 살코기를 꼭꼭 씹으며 반주 한두 잔은 충분히 곁들일 만하다.
맑은 사골 국물에 밥을 말고 꼭 알맞게 삶은 양지 수육과 파를 얹어 내는데, 간만 맞추면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부드러운 국물이 전혀 냄새가 없고 고소한 맛이 끝까지 이어진다. 이런 맛의 비결은 50여 년간, 한우 사골과 신선한 한우 양지 외에 들여놓지 않았고, 그다음은 정성이라고 말한다.
입소문이 서울까지 이어져, 1960년대 후반, “나도 이 집 유명한 설렁탕 맛 좀 보고 갑시다.” 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예고 없이 찾아들어 대통령 설렁탕집이 됐다. 가까운 안양교도소에서 관리하던 대통령의 애마를 타고 아침 산책을 마친 대통령이 말을 가게 귀퉁이에 매 놓고 해장 겸 아침 식사를 하고 갔다는 것이다. 그 여파가 오랫동안 입소문으로 이어지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군포시청과 당정동 공단에 들어 있는 산업체의 임직원을 비롯해 시흥과 안양에서 정장차림의 점심손님이 적지 않게 찾아오고, 주말에는 먼 곳에서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손님들로 가게 분위기가 더 활기차다.
1층은 간단한 식사 손님 자리고, 2층은 몇 개의 방으로 꾸며 기업체 회식이나 가사모임 등, 단체 손님을 받고 있다. 탕 맛과 상차림이 모두 더하고 뺄 것이 없이 정확하면서, 부드러운 수육도 전통적인 양지 수육의 진미를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 항아리에 담아내는 잘 익은 깍두기와 배추김치도 넉넉한 분위기로 탕 맛을 받쳐주고 있다.
집 한 채를 헐어내고 마련했다는 주차장도 바쁜 직장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와도 바로바로 식사를 마치고 갈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주고 있고, 5~6개의 예약실이 있어 예약하고 가면 큰 불편이 없다.
- 메뉴 : 양지 설렁탕 7천 원, 보쌈 수육 1접시 2만 5천 원, 제육 2만 원.
- 주소 : 경기도 군포시 당동 748-22
- 전화 : 031-452-0025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