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있으세요?
"처음처럼을 한 병 마실 때마다 좌빨 진영에 얼마씩 대준다더라"
아이고. 대체 이건 웬 날벼락같은 소린가요. 처음처럼 블로그지기인 저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군이나 정치권에서는 심심찮게 떠도는 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처음처럼을 둘러싼 이 괴소문은 꽤 오래 전부터, 그러니까 처음처럼이 태어날 때부터 따라다니던 오해였지요. 어제(2013년 2월 13일) 문화일보에 <'좌빨소주' 괴담의 진실>이라는 기사가 게재되었는데요. 조금이라도 많은 분께서 처음처럼에 대한 이 말도 안되는 오해를 푸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포스팅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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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좌빨소주 괴담, 어디서 시작했을까?
처음처럼이 일명 좌빨소주라는 괴담은 꽤 구체적입니다. "처음처럼" 서화를 그리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님께서 처음처럼의 상표와 관련하여 저작권을 보유하고 계시고, 한 병이 팔리 때마다 이 저작권 사용에 의한 로열티를 몇십 원 씩 받고 계시고, 이 돈이 종북 세력의 자금으로 쓰인다는 내용인데요. 아무래도 신영복 교수님께서 통혁당 사건으로 옥살이를 하셨기 때문에 그에 따라 빚어진 오해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게다가, 지난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의 초선의원 모임 이름이 '처음처럼'이기도 했죠.
이 괴담을 사실로 믿고 계신 분들은 처음처럼이 지금까지 판매된 수로 미루어보아, 이미 종북 세력에 수백억원의 로열티가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억측을 하시기도 하고요. 지금까지도 이 말도 안 되는 소문을 진짜로 믿고 계신 분이 꽤 계신가 봅니다.
처음처럼 괴담의 진실은?
저희 처음처럼 입장에서는 이런 괴담에 억울할 뿐입니다. ㅠㅠ
처음처럼의 이름과 로고는 분명히 신영복 교수님의 작품에서 빌려온 것이 맞지만, 처음처럼 소주의 상표권은 처음처럼이 출시되었을 당시 이미 처음처럼을 처음 선보인 두산주류가 가지고 있었고, 현재는 롯데주류가 가지고 있답니다. 처음 두산주류에서 신영복 교수님께 사용료를 지급하려고 했지만, 신 교수님께서 거절하셔서 성공회대에 장학금을 1억원 기탁하는 것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고요.
문화일보에서도 이번 기사를 게재하면서 신 교수님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하네요. 기사의 일부를 인용할게요.
신교수 본인의 입장이 자못 궁금했다. 신 교수 측 요구로 이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신 교수는 "처음처럼 소주의 서체 사용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받은 돈은 전혀 없다"면서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산으로부터 소주 사업을 인수한 롯데와 계약한 것도 일체 없다"면서 "(괴담은) 잘못된 소문"이라고만 말했다. 로열티를 받는 것과 같은 이면 계약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처음처럼, 종북 세력이 아니라 복지기금으로 환원
네, 처음처럼이 한 병 팔릴 때마다 몇 십 원씩 어디론가 흘러가긴 했었습니다. 그게 종북 세력이 아니라 사회 복지 기금이었다는 게 괴담과 다른 점이죠. 한 병이 팔릴 때마다 20원씩 적립하여 1040만 원이 되면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원주 사회복지협의회 등에 기부해 왔다구요. 지금까지 1억 6400여 만원을 사회복지기금으로 환원한 셈이죠.
처음처럼 괴담, 믿지 마세요
처음처럼이 종북 단체를 후원한다는 괴담은 정말 괴담일 뿐이라는 거예요. (이 얘기가 정말정말 하고 싶었어요!!) '처음처럼'의 의미는 "소비자 여러분의 만족을 위한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것과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처음 술을 마실 때처럼 활기차게 돌아올 수 있는 술"이라구요. (관련 글 보기 : [처음처럼 이야기] 좋은 소주 처음처럼 탄생비화)
기사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말도 안되는 거짓부렁 믿지 마시고, 처음처럼 많이 사랑해주세요!
종합해보면 좌빨소주 괴담은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판단된다.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정치권과 주류업계가 만들어낸 가공의 합작품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소주 시장에는 거짓으로 판명 난 '사람을 죽이는 알칼리 환원수'나 '친일파 소주' 등과 같은 괴담이 활개를 친 전력이 있다.
이와 관련, 2008년 경찰은 신 교수의 '처음처럼' 서예 작품을 지구대에 걸려다가 취소한 해프닝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대변인조차 "(신 교수가) 20여 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게 공염불인가"라고 전제한 뒤 "글씨에 빨간색이 묻어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처럼 소주가 의심스러워 안 먹는 것도 아닌데, 다른 나라에서 이런 사실을 알까봐 창피하다"면서 경찰의 과잉 충성을 꼬집은 바 있다.